헤어질 결심(2022) 해준과 할머니 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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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이미지 출처: 영화 <헤어질 결심>, 글 출처: <헤어질 결심 각본집>에서 좀 수정함, 초본 느낌으로)
A해준(40대 초)
B할머니(60대)
S#62. 거실 – 월요일 할머니 집 (실내/낮)
바퀴 침대에 누워 지긋이 눈 감은 이해동 할머니.
옆에 엎어 놓은 녹색 공책.
해준,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.
A해준: ⋯⋯동쪽으로 이백오십 리를 가면 기름산이 있는데, 이 산의 봉우리는 깊이 감추어져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다. (곁에 앉아 팔을 주무른다.)
B할머니: 남자 손이 아주 그냥⋯⋯ 서래보다 더 보들보들하네.
A해준: 히히히⋯⋯ 서래 손엔 굳은살이 좀 있죠.
B할머니: 요즘 그렇드라⋯⋯. 원랜 손바닥이 입술 같았는데. (망측한 표현이라 깔깔 웃는다.)
A해준: (따라 웃다가 뭔가 맘에 걸렸는지 서서히 찌푸린다.)
B할머니: (휴대 전화를 들고) 시래야, 노래 좀 틀어 줘. 누구냐, 그 누구의 안개. (반응 없자 마구 아무 데나 누르며) 얘가 요즘 이렇게 말을 안 들어.
A해준: (전화기를 부드럽게 가져가며) 서래 꺼하고 똑같네요?
B할머니: 그럼, 같이 샀으니까.
A해준: (커져 있는 앱들을 차례로 위로 넘기며) 이런 거 너무 많이 켜 두면 안 좋아요. (앱을 하나씩 꺼 나가는데 운동앱의 ‘계단 오르기’를 끄려다 이상한 것을 발견, 유심히 보며 생각하다가 할머니에게 화면을 보여 주며) 이 월요일에 서래 여기 왔었죠?
B할머니: 월요일이면 오지.
A해준: 같이 어디 가셨나 봐요?
B할머니: 난 십 년 동안 집에만 있었는데?
A해준: (잠시 집중해서 추리하다가) 할머니, 오늘이 무슨 요일이에요?
B할머니: (뒤돌아보더니 어리둥절해져서) 할머니가 어딨다 그래, 오빠.
A해준: (경악하는 표정.)
B할머니: 요일? 잘 모르겠어요. (해준을 향해 배시시 웃는다.)
A해준: (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할머니 어깨에 손을 올리며) 우리 해동이 참 똑똑하지⋯⋯.
B할머니: 응⋯⋯.
A해준: 만약에 말야, 서래가 오늘 왔으면⋯⋯?
B할머니: 월요일이요.
해준,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어 괴롭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