버닝(2018) 종수와 벤 단문3
본문 바로가기
씬(서술문 제외, 포함)/단문

버닝(2018) 종수와 벤 단문3

by 로세 2024. 5. 2.

(이미지 출처: 영화 <버닝>, 글 출처: <버닝 각본집>에서 좀 수정함, 초본 느낌으로)

 

A종수(27세)

B벤(33세)

 

S#96. 벤의 집 앞 (실외/저녁) + S#97. 엘레비이터 / 복도 (실내/) + S#98. 벤의 집 (실내/)

어스름이 깔리고 있는 벤의 동네 골목.

종수의 픽업트럭이 들어온다.

벤의 빌라가 멀찍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운다.

시점 숏.

차 안에서 보는 벤의 집 앞 풍경.

운전석에 앉은 채 계속 앞쪽을 주시하고 있는 종수.

전화벨이 울린다.

휴대폰을 들어본다.

인서트.

휴대폰 화면에 이라는 이름이 떠 있다.

받을까 말까 망설이는 종수.

그동안에도 전화벨은 계속 울린다.

결국 전화를 받는다.

 

A종수: ⋯⋯여보세요?

 

B벤(O.S.): 종수 씨, 어디예요?

 

A종수: (당황한다.) ⋯⋯강남이요.

 

B벤(O.S.): 강남 어디요?

 

A종수: 여기가⋯⋯. (차창 두드리는 소리에 창문을 연다.)

 

B벤: (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) 어쩐지 차가 낯이 익다 했는데, 종수 씨 맞네. 여기 웬일이에요? 나 만나러?

 

A종수: ⋯⋯사실은 해미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서요.

 

B벤: 그럼 전화를 하지⋯⋯. (미소를 지으며) 들어가요. 이왕 왔으니까 들어가서 얘기해요. 차 우리 주차장에 세우고⋯⋯.

 

잠시 후 –

 

B벤: ⋯⋯잘됐네. 이따 우리 집에서 친구들하고 저녁 먹고 한잔하기로 했는데, 종수 씨도 쪼인해요. 지난번에 같이 봤던 친구들이라, 괜찮아요. (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간다.)

 

A종수: 파티 같은 건가요?

 

B벤: 파티라기보다⋯⋯ 모임이죠. 편한 모임.

 

A종수: 손님들이 많이 오시면 준비할 게 많겠어요.

 

B벤: (냉장고 문을 열며) 아뇨, 팟럭 파티 같은 거라 각자 음식을 들고 오기로 했어요. 난 술하고 간단한 안주만 만들면 되고. 누가 미리 와서 도와주기로 했는데⋯⋯ 좀 늦네요.

 

A종수: (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) 이게 무슨 소리예요?

 

B벤: 아⋯⋯. 고양이가 있거든요. (냉장고에서 물을 꺼낸다.)

 

A종수: ⋯⋯지난번엔 없었는데⋯⋯.

 

B벤: 네, 얼마 전에 주인 없는 고양이 한 마리 데리고 왔어요. 하도 이쁘게 생겨서⋯⋯.

 

A종수: (고양이를 보며) 진짜 이쁘게 생겼네요.

 

B벤: (물을 컵에 따르며) 그렇죠? 고양이 좋아해요? (컵에 따른 물을 마신다.)

 

A종수: ⋯⋯이름이 뭐예요?

 

B벤: 아직⋯⋯. 이름 짓는 게 의외로 어렵더라구요. (주방대에 물컵을 내려놓고) 종수 씨는 무슨 소설을 쓰세요? 이런 거 물어도 되나?

 

A종수: ⋯⋯저는 아직까지 무슨 소설을 써야 될지 모르겠어요.

 

B벤: 왜요?

 

A종수: (잠시 대답을 망설이다가) 저한텐⋯⋯ 세상이 수수께끼 같아요.

 

B벤: (말없이 미소 짓는다.)

 

A종수: 저 화장실 좀⋯⋯.

 

끄덕이는 벤.

화장실로 가는 종수.

복도를 걸어 화장실로 가는 종수, 몰래 주위를 둘러본다.

고양이를 찾는 것 같다.

그러나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.